학습

프로그램 매매와 지수 차익거래 — 베이시스 괴리가 만드는 수급

프로그램 매매가 자동매매가 아니라 거래소 규정상 종목 수로 정의되는 분류라는 점부터, 지수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의 공식 구분, 베이시스 괴리가 만드는 매수·매도, 매수차익잔고가 대기 매물이 되는 구조, 사이드카까지 한국거래소 규정으로 정리한다.

지수가 이렇다 할 뉴스도 없이 장 막판에 출렁이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이 프로그램 매매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널리 오해받습니다. 프로그램 매매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하는 매매”가 아닙니다. 한국거래소가 한 번에 거래하는 종목 수를 기준으로 정의한 분류입니다. 사람이 주문을 내도 조건을 충족하면 프로그램 매매로 집계되고, 알고리즘이 한 종목만 거래하면 프로그램 매매가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바로잡아야 나머지가 정확해집니다.

거래소가 정의하는 두 갈래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 매매를 지수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눕니다.

지수차익거래는 규정상 “코스피200 구성종목의 주식집단과 코스피200 선물 또는 옵션의 가격차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주식집단과 선물 또는 옵션을 연계하여 거래”하는 것입니다1. 핵심은 연계입니다. 현물과 파생을 짝지어 걸어야 차익거래입니다.

비차익거래는 연계 없이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것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동일인이 일시에 코스피 구성종목 중 15종목 이상을 거래하는 경우가 해당합니다1. 코스닥시장은 기준 종목 수가 다르게 정해져 있고, 지수차익거래도 코스닥150과 KRX300을 대상으로 규정돼 있습니다2.

지수차익거래비차익거래
현물·파생 연계있음없음
노리는 것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바스켓 전체의 방향 또는 자금 배분
주로 반영하는 것베이시스 괴리기관 자금의 유출입

이 구분이 실용적인 이유는 두 흐름이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비차익 순매수는 그 바스켓을 사고 싶은 자금이 실제로 들어왔다는 뜻이지만, 차익 순매수는 그저 선물이 비싸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차익거래는 방향을 걸지 않는다

차익거래의 트리거는 선물의 고평가·저평가입니다.

선물이 이론가보다 비싸면 비싼 쪽을 팔고 싼 쪽을 삽니다. 즉 선물 매도와 현물 매수를 동시에 겁니다. 이때 현물 쪽 주문이 시장에 프로그램 매수로 나타납니다. 선물이 이론가보다 싸면 정반대로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팔아 프로그램 매도가 나옵니다.

양쪽을 동시에 걸어 두면 지수가 오르든 내리든 손익이 상쇄되고, 괴리가 좁혀질 때 그 차이만큼이 남습니다. 그래서 차익거래는 지수 방향에 대한 견해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프로그램 매수가 대량으로 들어온 날을 두고 “기관이 상승을 본다”고 읽으면 상당한 확률로 틀립니다. 그날 선물이 비쌌다는 뜻일 뿐입니다.

매수차익잔고는 언젠가 돌아온다

프로그램 매수로 사들인 현물은 계좌에 남습니다. 이것이 매수차익잔고입니다.

이 잔고의 성격이 중요합니다. 차익거래는 처음부터 되돌릴 것을 전제로 짠 거래이므로, 잔고는 보유가 아니라 대기 상태의 매물입니다. 베이시스가 좁혀지거나 만기가 다가오면 되돌리는 주문이 나오고, 그것이 프로그램 매도로 시장에 나타납니다.

반대 방향인 매도차익잔고도 같은 논리로 대기 매수가 됩니다. 잔고 규모가 크게 쌓인 상태에서는 지수가 특정 구간에 닿을 때마다 되돌리는 물량이 반복해서 나오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부담이 한 곳에 몰리는 날이 동시만기일입니다. 잔고를 되돌리는 주문과 롤오버 수요가 겹치면서 장 막판 수급이 크게 흔들립니다.

사이드카가 끊는 것

프로그램 매매가 현물 시장을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잠시 끊는 장치가 사이드카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파생상품시장의 기준종목 가격이 기준가 대비 5퍼센트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하고, 해당 방향의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됩니다1. 장 종료 40분 전 이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1.

주의할 점은 사이드카가 시장 전체를 멈추는 장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멈추는 것은 프로그램 매매 호가뿐이고, 일반 주문은 그대로 체결됩니다. 발동 조건과 해제 조건, 서킷브레이커와의 차이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제도 해설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어디까지 공개되나

프로그램 매매는 주문수량과 체결수량 등의 정보가 정보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표됩니다2. 불공정거래를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시 제도입니다.

덕분에 차익과 비차익을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공표되는 것은 집계된 수량이지 어느 기관이 왜 그렇게 했는지가 아닙니다. 같은 프로그램 순매수 안에도 베이시스를 따라간 차익 주문과 자금이 실제로 들어온 비차익 주문이 섞여 있으므로, 둘을 합친 하나의 숫자만 보고 해석하면 방향을 반대로 읽기 쉽습니다.

정리

  • 프로그램 매매는 자동매매가 아니라 거래소가 종목 수와 연계 여부로 정의한 분류입니다.
  • 지수차익거래는 현물 주식집단과 선물·옵션을 연계해 가격 차이를 노리는 거래이고, 비차익거래는 연계 없이 여러 종목을 일시에 거래하는 것입니다.
  • 차익거래는 양쪽을 동시에 걸어 방향 위험을 상쇄하므로, 프로그램 매수를 상승 전망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 매수차익잔고는 되돌릴 것을 전제로 한 대기 매물이며, 베이시스 축소와 만기 때 매도로 나타납니다.
  • 사이드카는 선물이 기준가 대비 5퍼센트 변동한 상태가 1분 지속될 때 프로그램 매매 호가만 5분간 멈추는 장치입니다.
  • 공표되는 값은 집계 수량이므로 차익과 비차익을 나눠 봐야 의미가 살아납니다.

참고 자료

  1.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프로그램매매 제도
  2.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프로그램매매 관련 제도

본 글은 공개된 제도와 개념을 정리한 참고용·교육용 자료이며, 특정 종목·시점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제도 세부 기준은 변경될 수 있으니 한국거래소(KRX) 공식 자료로 확인하시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