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는 왜 값을 깎지 않나
애플이 미 행정부에 중국 창신메모리 관련 보장을 요청한 시기에, 창신은 삼성보다 높은 값을 받고 화웨이의 인하 요구도 물리쳤다. 창신이 애플에 비싼 값을 불렀다는 서술이 실제 보도에서 어디까지 확인되는지 먼저 가르고, 중국산이라 싸다는 통념을 원가 구조로 되짚는다. 창신의 DDR5 제조원가가 선도 기업보다 높다는 분석까지 확인한다. 매매 판단은 제시하지 않는다.
애플이 중국 창신메모리를 쓰겠다고 워싱턴을 설득하는 중인데, 창신은 그 사이 값을 올렸다. 값을 깎지 않는 이유는 배짱이 아니라 원가에 있다.
먼저 무엇이 보도됐는지 가른다
이 사안은 두 개의 사실이 하나의 문장으로 합쳐져 유통되고 있다. “창신메모리가 애플에 삼성보다 비싼 값을 불렀다”가 그 문장이다. 실제 보도를 열어 보면 층위가 다르다.
로이터가 확인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창신이 몇 달에 걸쳐 화웨이에 값을 올려왔고 인하 요구에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 가운데 하나로 소개됐다. 다른 하나는 최근 몇 주 사이 동급 64GB DDR5 서버 메모리 모듈에서 삼성의 개당 약 1,240달러보다 높은 값을 받았다는 것이다1. 애플에 대해서는 다른 내용이 실렸다. 애플이 중국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창신을 Entity List에 올리지 않겠다는 보장을 요청했다는 것이다1.
애플이 창신에서 어떤 값을 받았는지는 보도에 없다. 견적도 계약 조건도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일부 매체가 두 대목을 이어 “애플과의 협상에서 삼성보다 높은 값을 제시했다”고 정리했는데2, 그 연결은 로이터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은 확인된 자리에서 출발한다. 창신은 서버 모듈을 비롯한 일부 제품군에서 값을 깎지 않고 있고, 중국 대형 고객의 인하 요구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애플이 할인을 기대할 근거가 약하다는 결론은 여기서도 나온다. 다만 그것은 정황이고, 애플이 받은 값이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값을 못 깎는 진짜 이유는 원가에 있다
창신이 값을 깎지 않는 이유를 두고 보통 물량 부족이 거론된다. 그보다 앞에 놓인 것이 있다. 원가다.
SemiAnalysis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창신의 DDR5 제조원가는 선도 기업보다 30% 이상 높다. 가격 경쟁에 뛰어들면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는 구조라는 뜻이다3. 같은 분석에서 2026년 1분기 창신의 D램 평균판매가격은 빅3보다 5%에서 10% 낮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3.
이 두 숫자를 붙여 놓으면 그림이 달라진다. 창신은 값을 안 깎는 것이 아니라 깎을 여력이 크지 않다. 후발주자의 저가 공세라는 통상적인 그림은 원가가 낮을 때 성립하는데, 창신의 원가는 높다. 제재로 첨단 장비 조달이 막힌 상태에서 구세대 공정으로 최신 규격을 만들면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양품이 줄고 원가가 올라간다.
여기에 시장 구조가 겹쳤다. 빅3가 HBM과 고용량 서버 D램으로 라인을 옮기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줄었고 수급이 뒤집혔다. 값을 깎아 점유율을 사는 전략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3.
중국산이 싸다는 통념은 층위가 다른 값들로 지탱된다
통념을 받치는 숫자들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층위에 있다.
뉴스핌은 지난 21일 창신 증권신고서를 다루면서 창신의 D램 평균판매가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보다 약 30% 낮게 평가된다고 전했다4. 이 수치에는 산정 시점과 제품 구성이 붙어 있지 않다. 앞서 본 SemiAnalysis의 2026년 1분기 집계는 격차를 5%에서 10%로 제시하므로 두 값의 차이가 크다3. 어느 쪽을 쓰든 기준 시점을 밝히지 않으면 오해가 생긴다.
로이터의 1,240달러는 특정 64GB 서버 모듈 값이고, 로이터는 이것이 계약가인지 현물가인지 밝히지 않았다1. 중국 유통 채널에서 관찰된 값은 또 다른 층위다. 64GB DDR5-5600 RDIMM 기준으로 창신 제품이 1만8999위안, 삼성과 SK하이닉스 칩을 쓴 제품이 1만8595위안으로 차이는 404위안이었다5. 비율로는 약 2.2%다. 다만 이 값은 소매 상품 가격이라 창신이 모듈 업체에 제시한 값 자체는 알 수 없고, 모듈 제조사와 유통사의 가격 정책이 끼어든다.
회사 평균, 서버 모듈, 소매 단품은 직접 빼서 비교할 수 없는 값들이다. 그런데 위안 표시 소매가를 달러로 환산한 값과 로이터의 1,240달러가 한 기사 안에 나란히 실리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6. 읽는 쪽에서 두 값을 빼면 창신이 삼성의 두 배를 부른다는 그림이 만들어진다.
층위를 갈라 놓고 남는 것은 방향이다. 회사 평균으로는 아직 빅3보다 낮고, 서버 모듈과 소매 단품에서는 같거나 그 위에 있다. 저가 공세라는 그림은 최소한 이 두 제품군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애플은 중국산 메모리로 원가를 낮춰온 적이 없다
애플이 예전부터 값싼 중국산 메모리를 써서 이문을 남겨왔다는 인식이 있다. 보도로 확인되는 범위에서는 근거가 약하다.
애플의 D램 공급사로 확인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다7. 중국 메모리를 넣으려던 시도로 공개된 사례는 2022년 낸드 한 건이다. 당시 애플은 중국 YMTC의 낸드를 중국 판매용 아이폰에 넣으려 했고, 경쟁사보다 20% 가까이 싼 값이 유인이었다.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와 의회 압박이 겹치면서 계획은 보류됐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 시도의 재개인데 조건이 뒤집혔다. 2022년에는 값이 유인이었고 애플에게 대안이 있었다. 2026년에는 값이 유인이 아니다.
애플이 어떤 처지인지는 자사 가격표에 찍혔다. 애플은 지난 6월 말 맥과 아이패드, 홈 기기, 비전 프로 다수 제품의 값을 올렸다. 맥북 에어가 1,099달러에서 1,299달러로, 아이패드 프로가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비전 프로가 3,499달러에서 3,699달러로 올랐다8. 인상 폭이 가장 큰 것은 맥 스튜디오 M3 울트라로 3,999달러에서 5,299달러가 됐다8.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은 인상 대상에서 빠졌다.
애플이 내놓은 설명은 AI 데이터센터의 빠른 확장이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에 이례적인 급증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마이크론은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8.
원가를 판매가로 넘기는 선택을 이 정도 범위로 했다는 것은 압력의 크기를 보여준다. 그 상태에서 중국 문을 두드린 것이다.
창구에는 이미 대기표가 있다
원가에 더해 물량 사정도 창신 편이다.
디지타임스 보도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창신의 생산 물량은 2027년 말 공급분까지 예약된 상태다. PC용 D램 주문이 몰린 결과로 전해졌다. 델과 HP, 레노버, 애플 같은 대형 고객이 우선 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주문 규모가 작은 중소 PC 제조사는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9. 우선 배정은 확정 사실이 아니라 관측이고, 애플의 주문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부터 2027년 말까지는 약 17개월이다.
내수 계약도 두껍다. 창신은 이번 달 바이트댄스와 5년 기간에 70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었고, 6월에는 텐센트와 30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1. KB증권은 창신의 증설 물량 대부분이 중국 내 AI 인프라 투자와 내수 IT 기기 수요로 소화될 것으로 봤다10.
캐파는 늘고 있지만 시점이 멀다. 로이터는 진행 중인 신규 공장들이 완공되면 생산능력이 월 60만장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나고,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 마이크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1. 현재 생산능력은 출처마다 값이 갈리므로 특정 숫자를 확정해 쓰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애플 몫이 생기는 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품 구성을 보면 병목이 선명하다. 창신의 2025년 매출은 LPDDR 계열이 66.43%, DDR 계열이 31.87%다11. 매출의 3분의 2가 모바일용 LPDDR인데, 이 계열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져가는 물량과 겹친다. 서버 수요도 커진다. 2027년이면 서버가 전체 D램 수요의 43%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12.
애플이 요청한 것은 구매 허가가 아니다
자주 어긋나는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애플이 창신 칩을 사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널리 퍼져 있는데 정확하지 않다.
창신은 펜타곤의 1260H 명단에 올라 있다. 중국군과 연관이 의심되는 기업을 지정한 명단으로 국방부 계약을 제한하지만 일반 상업 구매까지 막지는 않는다. YMTC가 올라 있는 상무부 Entity List는 훨씬 강한 제한이다7.
즉 애플은 지금도 법적으로 창신 칩을 살 수 있다. 애플이 상무부를 상대로 요구한 것은 창신을 Entity List에 추가하지 않겠다는 보장이다13. 2022년 YMTC에서 겪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라인을 깔고 인증을 마친 뒤 규제가 바뀌면 그 투자를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애플은 이미 창신 D램을 기술 검증 단계에 올려놨다. 통상 양산 승인 직전에 거치는 절차이고 상업 채택은 확정되지 않았다. 팀 쿡이 행정부 관계자와 직접 협상했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됐다7. 적용 대상은 중국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제품으로 넓어졌다14.
애플의 동기를 두고 보도는 가격과 물량을 함께 든다. 비용 압력을 낮추는 목적과 공급을 확보하는 목적이 같이 언급된다. 다만 창신의 원가 구조가 위와 같다면 두 동기 중 가격 쪽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다.
마이크론이 백악관에서 막아섰다
이 협상에는 상대가 하나 더 있다. 마이크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4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 산자이 메흐로트라 등이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을 만나 애플의 계획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을 허용하면 미국의 철강과 제조업이 겪은 것과 같은 산업 훼손이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마이크론은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앞당기는 편이 공급난 완화에 낫다고 주장했다15. 백악관은 투자와 경제적 구제, 그리고 국가안보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겠다는 원론을 내놨다15.
이 구도를 두고 마이크론이 미국에만 공장을 둔 회사라고 이해한다면 갱신이 필요하다.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에 1조5천억엔, 약 93억 달러를 들여 첨단 메모리 공장을 증설하는 공사를 지난 4일 시작했고 출하 목표는 2028년 여름이다16. 싱가포르에는 10년에 걸쳐 24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낸드 공장을 짓고 있다17. 대만 타이중에는 HBM3E 양산 확대를 받치는 제4공장이 있다18. 미국 투자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 거점은 아시아에도 넓게 퍼져 있다.
애플 쪽 통념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조립한다고 알고 있다면 수치가 오래됐다. 애플은 2025년 인도에서 약 5,500만 대를 만들었고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25%다. 2024년 3,600만 대에서 53% 늘었다19.
두 회사의 생산 지도가 통념만큼 선명하게 갈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 사안이 일자리 논리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균형을 말하는 만큼 어느 쪽으로 결정났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다.
물가 쪽 논거도 단단하지 않다
애플 논리의 다른 축은 중국산이 들어오면 기기값이 내려가고 그것이 물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축은 두 군데서 약하다.
하나는 값이다. 창신의 제조원가가 선도 기업보다 높다면 애플에 낮은 값을 제시할 이유가 없다. 애플이 받을 값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기기값 인하 여력을 계산할 수는 없지만, 인하를 기대할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통화당국의 시선이다. 연방준비제도 의장 케빈 워시는 지난 15일 상원 청문회에서 AI 투자가 향후 12개월 동안 측정되는 물가를 올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일회성 가격 변화를 곧 인플레이션으로 보지는 않으며 공급 반응이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20. 워시가 중국 메모리 규제나 애플의 요청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이 발언을 사안에 대입하는 것은 해석의 영역이다. 메모리값 상승을 공급이 풀리면 해소될 가격 변화로 본다면 규제를 풀어 중국산을 들이는 조치가 물가 대책으로 갖는 무게는 그만큼 가벼워진다. 반대로 공급 반응이 늦다고 보면 무게는 커진다. 어느 쪽이든 이 사안이 물가 정책의 결정적 카드로 다뤄지기는 어렵다.
무엇을 볼 것인가
창신을 둘러싼 기대는 두 갈래였다. 중국이 값을 무너뜨려 메모리 사이클을 꺾는다는 것, 그리고 그 저가 물량이 애플 같은 대형 고객으로 흘러가 세트 업체의 원가를 낮춘다는 것이다. 이번 달 보도값은 두 갈래 모두에 금을 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애플이 창신에서 받은 값이 공개되는지다. 지금은 이 사안의 핵심 숫자가 비어 있다. 계약이 체결되면 그 조건이 통념을 최종적으로 판정한다.
둘째, 창신의 제조원가가 내려가는지다. 값을 깎을 여력은 여기서 나온다. 공정 세대가 올라가거나 수율이 개선됐다는 신호가 원가 격차를 좁힌다.
셋째, 창신의 판매가가 빅3 아래로 다시 내려가는지다. 내려가더라도 원인은 캐파 증가와 제품 구성 변화, 수율, 보조금 가운데 무엇인지 갈라 봐야 한다. 가격 하나로 수급을 읽으면 틀린다.
넷째, 상무부가 창신의 Entity List 등재 여부에 어떤 신호를 주는지다. 등재로 기울면 애플의 검증 투자는 2022년 YMTC와 같은 경로를 밟는다.
다섯째, 창신의 내수 계약이다. 바이트댄스와 텐센트에 이어 추가 계약이 나올수록 해외 고객에게 갈 여유는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HBM이다. 창신은 이 영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2년에서 4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익명의 업계 평가다11. 로이터도 두 세대 남짓의 격차를 언급했다1. 지금의 가격 결정력은 범용 D램 수급과 높은 원가 구조가 함께 만든 것이지 기술 우위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 구분이 흐려지면 창신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참고 기사
- 로이터 —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AI 호황을 타고 힘을 얻는다
- 테크월드 — 창신, 애플에 삼성·SK하이닉스보다 비싼 값 제시
- TechNews — 창신, 저가 판촉 전략을 버리다(SemiAnalysis 인용)
- 뉴스핌 — CXMT 증권신고서 해부
- Tom’s Hardware — 중국 CXMT D램은 기대했던 저가 구원자가 아니다
- Notebookcheck — CXMT의 DDR5가 삼성보다 비싸졌다
- MacRumors — 애플, 논란의 중국산 메모리 테스트 시작
- MacRumors — 애플이 값을 올린 제품 목록
- 글로벌이코노믹 — CXMT D램, 2027년 물량까지 예약 완료
- 더퍼블릭 — CXMT 상장, 중국산은 내수용
- 뉴스핌 — 기술만으로 중국 못 막는다
- 브릿지경제 — 중국 AI 메모리 수요와 CXMT 내수 발판
- Fortune — 애플, 블랙리스트 CXMT 칩 구매 승인 요청
- 월스트리트저널 — 트럼프, 애플과 마이크론 사이에 서다
- 9to5Mac — 애플과 마이크론, 트럼프 앞에서 충돌
- Japan Times — 마이크론 히로시마 공장 착공
- Micron — 싱가포르 첨단 웨이퍼 공장 착공
- Micron — 대만 신규 시설이 HBM3E 양산 확대를 받친다
- Tech Wire Asia — 아이폰 인도 생산이 전체의 25%에 도달
- Axios — 워시, AI 지출이 물가를 올릴 수 있으나 지속적 인플레이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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